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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2 06:57 세상사는 이야기/시사 이야기

홍익대학교

권명광 홍익대 총장은 11일 브리핑을 갖고 “2010학년도 입시에서 미대 자율전공부터 실기고사를 제외하는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실기고사 비중을 줄여 2013학년도에는 미대 전 모집단위 실기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대 실기고사가 잦은 입시비리를 유발하는데다, 미술 사교육을 부추기고 ‘예술인’ 보다 ‘기능인’ 양성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안으로 학생부의 일반 및 미술관련 교과 성적과 미술 관련 비교과 활동을 비중 있게 평가하고, 미술 전문 입학사정관 제도를 활용해 심층면접 방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은 홍익대 측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 알 수가 없으므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발표 내용으로만 본다면 상당히 우려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입시부정에 관해서.
현재의 입시 부정 사건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가 학원에서 강의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지만 이 역시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제도는 이러한 일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면접제도가 입시부정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부정을 저지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더 잡아내기 어렵다. 찔러준 손과 받아먹은 입 말고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다수의 사정관에 의해 평가가 되는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 뇌물을 주어서 부정입학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 파문은 교직원의 학원 강의 사건과는 그 차원을 달리할 것이다.

솔직히 교직원의 학원강의는 마땅히 금지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실기시험에 큰 영향력을 끼치진 않는다. 미술대학 입시 경험이 있다면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결국 실력대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음으로, 실기고사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실기고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또한 제도의 문제도 아니다. 외국의 미술대학의 예를 들어본다면 포트폴리오 비중이 상당하다.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개성과 감각을 표현하고 평가하기에 유용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기 어렵다. 이것도 학원을 통해 해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교육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 두가지 길 밖에 없다.
사교육 자체를 금지하거나, 학벌지상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입시제도는 어떻게 바꿔도 사교육은 없앨 수 없다.

미술 관련 교과성적은 우리나라 현 실정에서 신뢰할 수가 없고, 홍익대학 지원할 정도의 학생이면 미술관련 교과성적은 또한 최상일것이 뻔해 변별력도 없다.
홍익대학교 측도 미술 관련 비교과 활동을 비중 있게 평가한다고 하는데, 그럼 학생들은 미술대회나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미술학원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사교육은 앞서 말했다시피 막을 길이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대학이 신경쓰지 않는게 낫다.

오히려 사교육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순수미술을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내신이나 수능의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미술사나 미술관련 필기고사를 치루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필수적인 실기능력을 사교육을 통해 배양하는 편이 좋다. 대학4년이라는 기간은 짧고, 구상 회화 훈련으로 허비하기는 아까운 시간이다.

디자인 학과의 경우라면 드로잉, 렌더링, CAD나 3D를 미리 교육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실기시험에서 주제를 주고 프리핸드 드로잉에서 렌더링, 그리고 3D 그래픽 표현까지의 과정을 거쳐 디자인하는 작품을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8~90년대에 치르던 평면구성이나, 이후 발상과 표현 등의 시험은 사실 상당히 뻘줌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4년제 디자인학과 졸업해도 손으로 렌더링 안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다음은 미국 ACCD 학생들의 작품이다.

디자인학과 학생이나 교수라면, 자기 생각을 저정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해당 학과에 몇이나 있는지 묻고싶다.

그리고 미술대학 입시에서 사교육이 과연 폐단만 낳았던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석고소묘 같은 것이 그림자체는 비슷해 보이더라도 3차원의 이해와 형태감, 구상 표현력에 있어서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음은 피카소의 어린시절 작품이다.

피카소의 12세 작품

피카소의 14세 작품


어떤가? 개성과 창의적 영감이 넘치는가? 아니다. 우리나라 입시생들의 그림과 별 다를바가 없다. 이렇듯 예술에도 기초가 있고 단계가 있는 것이다.

결론
입시부정은 양식의 문제이다. 또 인문, 자연계의 제 살 깎아먹기 사교육과는 달리 음악, 미술, 체육 등은 사교육의 의미가 다르다. 물론 이것을 공교육에서 커버할 수 있다면 좋지만, 현재는 그럴 여건이 안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통해 효율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홍익대학교 측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결정을 했을 것이고, 짧은 기사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입시방향을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부디 사교육 근절이나, 입시부정같은 부수적인 것 때문에 안그래도 높지 않은 국내 예능교육의 수준을 더 떨어뜨리는, 주객이 전도되는 결과가 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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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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