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1 23:08
세상사는 이야기/스포츠 이야기
UFC 103 대회가 끝나고 다음날 밤이 되어서도, 크로캅의 패배에 대한 기사가 포털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일본문화에 종속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충격의 기권패"라는 뉴스 타이틀이 보여주듯, 많은 격투팬들의 반등은 망연자실에 가까운 모습이다. 크로캅 뿐만 아니라 일본격투기 출신 선수들의 패배가 이어질 때마다 나타나는 모습이다.
사실 경기가 있기 훨씬 전에, 성민수 씨의 칼럼에서도 크로캅의 패배를 기정사실화 하는 것을 보았고, 또한 일본 격투기에 무조건적 애정을 보이지 않는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소수인 격투팬들 역시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나 역시도 크로캅이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의 패배 소식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팬들은 "크로캅은 분명히 엄청난 강자였지만 이제 노쇠했다" 거나, "룰 때문이다"라고 옹호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론 아무리 봐도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노쇠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게, UFC에 입성하기 직전까지도 크로캅은 아주 정상이었고 오히려 크로캅은 종합격투기 선수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팬과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UFC에 입성할 당시의 평가도 "MMA 최고의 타격가"이자 "그라운드 방어까지 갖추면서 웰라운드 파이터로 성장한 선수"였다. UFC에 입성하자마자 연패를 거듭하는 것은 차라리 룰의 차이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을지언정, 노쇠화로 볼 근거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프라이드와 UFC의 룰 차이로 볼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그것도 어렵다. 프라이드와 UFC의 차이라면 엘보우와 스탬핑, 그리고 링과 철창, 넓이의 차이이다. 그런데 크로캅은 이런 차이와 별 관계가 없다. 크로캅은 스탬핑 킥을 차는 선수도 아니고, 엘보우로 고생한 것도 곤자가와의 경기 뿐이다. 그 경기도 그라운드에서만 당한 엘보우였고, 어차피 그라운드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크로캅이고 이미 그 전에 스탠딩에서조차도 크로캅이 졌고 경기가 끝난 것도 스탠딩이었다. 게다가 크로캅 스타일상 링보다는 철창이 더 유리하고, UFC의 넓은 옥타곤이 좁은 프라이드 링보다 유리하다. 크로캅은 백스탭과 사이드 스탭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고 얽히게 되면 극단적으로 경기력이 저하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잘나가던 크로캅이 UFC 입성 후, 연패를 거듭하며 은퇴수순을 밟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UFC선수들이 프라이드에서 상대하던 선수들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첫째, UFC 선수들은 체격조건이 프라이드 선수들보다 월등히 좋다.
프라이드에서는 크로캅은 상당히 우람한 선수였다. 대개의 경기에서 크로캅은 하드웨어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옥타곤은 사정이 전혀 달랐다. 대부분의 선수가 크로캅정도의 하드웨어는 갖추고 있다. 오히려 대개 크로캅보다 체격이 좋다. 크로캅의 스타일은 아웃파이터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부류이다. 당연히 원거리 저격을 위해서는 긴 리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타격전이 이어진 곤자가 전, 이번의 산토스 전을 보면 항상 상대의 공격이 먼저 나온다. 곤자가 전을 보면 곤자가의 선제공격을 계속 방어만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날린 미들킥이 붙잡혀 그라운드로 끌려들어갔고, 특히 이번 산토스 전을 보면 계속 선제공격에 밀리면서 크로캅의 하이킥은 허공을 가르는 모습이 반복해서 연출되었다.
둘째, 크로캅에 대한 공포가 적다.
크로캅의 UFC 데뷔전이자 유일한(제대로 된 경기 중에서) 승리였던 산체스와의 경기를 보면 프라이드에서의 포스가 그대로 묻어났다. 산체스는 처음부터 겁을 먹고 도망다니기 바빴고, 워낙 노골적으로 도망다니는 통에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크로캅의 타격에 침몰할 수 밖에 없었다. 덧붙여 산체스의 경우 이후의 상대들에 비해 체격도 작았다. 그러나 다음 상대인 곤자가 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뒷걸음질 치질 않고 대담하게 몰아붙였다. 그 결과 크로캅은 아무것도 못하고 패했다. 이후 알다시피 크로캅은 무스타파와의 문제의 경기를 제외하면 전패다. 무스타파와의 경기는 크로캅의 승리로 선언되어서는 안되는 경기였다.
세째, 떡밥이 없다.
이것은 공포심과도 연관되는 이야기인데, 떡밥을 상대로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면 그 선수의 카리스마와 공포감은 쉽게 키울 수 있다. 프라이드 선수들이 그렇게 과대평가 되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적을 보면 일본인 떡밥이 상당수이고, 비 일본인 떡밥도 상당하다. 그러니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이 치열하게 싸우던 UFC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하게 보였던 것이다. 일본식 포장술에 팬들도, 전문가도 모두 홀렸던 것이다. 더구나 UFC는 최근 상승세가 더욱 두드려져서 마땅히 제공할 떡밥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실은 곤자가도 타이틀전을 위한 명분쌓기용 떡밥으로 제공된 선수였는데, 과대평가받던 크로캅을 무참히 격침시키고 졸지에 헤비급 요주의 인물이 되어 버렸다. 결국 노장 커투어를 만나 거품은 허무하게 꺼져버렸지만... 이후 칙콩고 선수도 UFC 입장에선 크로캅을 위해 마련한 대진이었는데 또다시 패했고, 크로캅은 일본으로 도망쳤다가 UFC로 돌아와 정말 UFC에선 찾기 힘든 저레벨의 무스타파를 상대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이다 눈을 찔러 승리판정을 얻어내기에 이르고 이후 또다시 일본으로 도망하려다 마찰을 빚는 등 UFC측으로서는 손,발 다 들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크로캅은 전혀 몰락한게 아니다. 그냥 자기 실력이 거기까지였을 뿐이다. 노게이라도 마찬가지고, 실바나 쇼군도 마찬가지다. 실바도 UFC오기 직전까지는 프라이드에서 여느때와 다를바 없었고, 노게이라도 그렇다. 노게이라 눈이 안보인다는 둥 별 해괴한 소리가 국내 프라이드 팬들 사이에선 나돌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렇게 눈 상태가 좋지 않으면 경기 허가가 안나온다. 최홍만 선수 옛날부터 있던 종양때문에 경기 허가 끝내 나지 않은것을 잘 알지 않는가.
오히려 크로캅의 경기 중에서 이번 산토스 전을 크로캅 최고의 경기 중 하나로 꼽고 싶다. 크로캅은 경기 안풀린다 싶으면 아주 쉽게 경기를 포기한다. 게다가 그놈의 체력도 워낙 유명하고. 그러나 이번엔 그토록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해보려고 했다. 크로캅으로서는 이런 경기 정말 찾기 어렵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2라운드 초중반에 이미 체력은 체력대로 소진되었지만 그래도 계속 뭐라도 해보려고 했다. 3라운드에서야 정말 엄청나게 맞고 기권하긴 했지만 크로캅으로서는 이만큼의 근성을 보인 경기가 현재로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선수로서는 3라운드에서 그런방식으로 기권한게 좀 그렇다고 하겠지만 크로캅의 그간 경기를 감안하면 본인도 절치부심하고 벼랑끝에 선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근성은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드물다.
프라이드 출신 중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는 쇼군을 꼽고 싶다. 쇼군이 UFC 진출 이후 그나마 경기력이 좋았고, 또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어서 강한선수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다. 다만 료토와의 경기는 너무 이르다는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료토는 현재 한창 물이오른 상태고, 체격조건도 좋고 뚜렷한 약점이 없는 파이터다. 본래 약점이 분명한데다 기량저하도 겹쳐 은퇴를 종용받는 척리델과는 전혀 얘기가 다르다.
실바나 노게이라는 본인의 한계로 보여진다. 최근에 UFC 계약 떡밥으로 설레게 했던 효도르는 개인적으로 UFC에서 탑클래스로 뛸 선수는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효도르가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했을때 아마도 효도르 본인도 잘 알기에 UFC를 그토록 기피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효도르의 경우, 국내 프라이드 팬들의 최후의 보루인데.. 내가 보기엔 오히려 효도르 팬들도 효도르가 UFC에서 연승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효도르가 그토록 무적이라고 믿는다면 당연히 UFC에 가서 평정해주길 바랄것인데, 오히려 UFC행을 누구보다 막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 과정에서 UFC에 대한 무수한 악성루머가 양산되었다.
현재 셔독 랭킹등이 효도르 최강론의 유일한 버팀목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웹진 랭킹 등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 크로캅한테도 세번이나 패하고, 별 한것도 없이 약물이나 적발당하는 바넷 같은 선수가 2위에 랭크되는 것도 그렇고 단체간 수준차이도 고려되지 않았다. 현재 MMA에서 UFC가 독보적인 탑클래스 단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부분이다. 단 시스템 상으로는 메이져와 마이너가 나뉘어 있지 않을 뿐이다. 야구를 예를 들면, 미국의 메이져리그와 마이너리그는 시스템화 되어 있다. 마이너리그 챔피언 팀이라고 메이져 팀과 맞먹을 수는 없다. 염연히 메이져 팀 "산하의" 마이너리그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져리그와 일본야구를 비교해본다면 명목적인 시스템상으로는 양자가 독립적인 동등한 리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동일수준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일본야구에서 최고의 선수들 일부가 겨우 메이져에 도전하고 그 중에서도 대부분이 한계에 부딪쳐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명목상으론 동등한 리그이나 현실은 엄연히 마이너리그다. 현재 격투기는 엄연히 UFC가 메이져로 발돋움했고, 나머지는 UFC와 분명히 구별될 만큼 수준차를 보이고 있다. 아니, UFC와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던, 혹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던 프라이드의 최고선수들조차 UFC에서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분명한 사실 아닐까. 또한 기량저하로 UFC에서 퇴출당한 선수가 다른 단체들의 빅카드가 되고, 밀려난 선수들은 UFC에 재진입 하기 위해서 절치부심하는 현실이 엄연한데 말이다.
단체간 수준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단지 경기결과에 따라 기계적으로 조절하다 보니 과대평가되었던 프라이드 선수들이 UFC에서 경기를 가질때마다 순위가 춤을 췄다. 앞서 예를 든 곤자가를 포함해, 쇼군을 데뷔전에서 침몰시킨 그리핀의 주가 급상승 등 오히려 또 다른 거품을 키웠다. 오직 효도르와 바넷이 마이너 단체를 전전하는 덕에 거품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프라이드 출신 선수들의 무적 이미지에서 헤어난 팬들도 꽤 눈에 띈다. 물론 국내에서 아직은 프라이드 출신과 맞붙은 선수는 일단 악역 낙점이고, UFC는 악마의 단체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붕괴되는 조짐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프라이드에 미련이 없는 나같은 팬이라면, 가능한 최고의 카드를 아끼지 않는 UFC가 그리 밉지만은 않을 것이다.
"충격의 기권패"라는 뉴스 타이틀이 보여주듯, 많은 격투팬들의 반등은 망연자실에 가까운 모습이다. 크로캅 뿐만 아니라 일본격투기 출신 선수들의 패배가 이어질 때마다 나타나는 모습이다.
사실 경기가 있기 훨씬 전에, 성민수 씨의 칼럼에서도 크로캅의 패배를 기정사실화 하는 것을 보았고, 또한 일본 격투기에 무조건적 애정을 보이지 않는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소수인 격투팬들 역시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나 역시도 크로캅이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의 패배 소식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팬들은 "크로캅은 분명히 엄청난 강자였지만 이제 노쇠했다" 거나, "룰 때문이다"라고 옹호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론 아무리 봐도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노쇠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게, UFC에 입성하기 직전까지도 크로캅은 아주 정상이었고 오히려 크로캅은 종합격투기 선수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팬과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UFC에 입성할 당시의 평가도 "MMA 최고의 타격가"이자 "그라운드 방어까지 갖추면서 웰라운드 파이터로 성장한 선수"였다. UFC에 입성하자마자 연패를 거듭하는 것은 차라리 룰의 차이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을지언정, 노쇠화로 볼 근거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프라이드와 UFC의 룰 차이로 볼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그것도 어렵다. 프라이드와 UFC의 차이라면 엘보우와 스탬핑, 그리고 링과 철창, 넓이의 차이이다. 그런데 크로캅은 이런 차이와 별 관계가 없다. 크로캅은 스탬핑 킥을 차는 선수도 아니고, 엘보우로 고생한 것도 곤자가와의 경기 뿐이다. 그 경기도 그라운드에서만 당한 엘보우였고, 어차피 그라운드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크로캅이고 이미 그 전에 스탠딩에서조차도 크로캅이 졌고 경기가 끝난 것도 스탠딩이었다. 게다가 크로캅 스타일상 링보다는 철창이 더 유리하고, UFC의 넓은 옥타곤이 좁은 프라이드 링보다 유리하다. 크로캅은 백스탭과 사이드 스탭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고 얽히게 되면 극단적으로 경기력이 저하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잘나가던 크로캅이 UFC 입성 후, 연패를 거듭하며 은퇴수순을 밟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UFC선수들이 프라이드에서 상대하던 선수들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첫째, UFC 선수들은 체격조건이 프라이드 선수들보다 월등히 좋다.
프라이드에서는 크로캅은 상당히 우람한 선수였다. 대개의 경기에서 크로캅은 하드웨어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옥타곤은 사정이 전혀 달랐다. 대부분의 선수가 크로캅정도의 하드웨어는 갖추고 있다. 오히려 대개 크로캅보다 체격이 좋다. 크로캅의 스타일은 아웃파이터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부류이다. 당연히 원거리 저격을 위해서는 긴 리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타격전이 이어진 곤자가 전, 이번의 산토스 전을 보면 항상 상대의 공격이 먼저 나온다. 곤자가 전을 보면 곤자가의 선제공격을 계속 방어만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날린 미들킥이 붙잡혀 그라운드로 끌려들어갔고, 특히 이번 산토스 전을 보면 계속 선제공격에 밀리면서 크로캅의 하이킥은 허공을 가르는 모습이 반복해서 연출되었다.
둘째, 크로캅에 대한 공포가 적다.
크로캅의 UFC 데뷔전이자 유일한(제대로 된 경기 중에서) 승리였던 산체스와의 경기를 보면 프라이드에서의 포스가 그대로 묻어났다. 산체스는 처음부터 겁을 먹고 도망다니기 바빴고, 워낙 노골적으로 도망다니는 통에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크로캅의 타격에 침몰할 수 밖에 없었다. 덧붙여 산체스의 경우 이후의 상대들에 비해 체격도 작았다. 그러나 다음 상대인 곤자가 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뒷걸음질 치질 않고 대담하게 몰아붙였다. 그 결과 크로캅은 아무것도 못하고 패했다. 이후 알다시피 크로캅은 무스타파와의 문제의 경기를 제외하면 전패다. 무스타파와의 경기는 크로캅의 승리로 선언되어서는 안되는 경기였다.
세째, 떡밥이 없다.
이것은 공포심과도 연관되는 이야기인데, 떡밥을 상대로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면 그 선수의 카리스마와 공포감은 쉽게 키울 수 있다. 프라이드 선수들이 그렇게 과대평가 되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적을 보면 일본인 떡밥이 상당수이고, 비 일본인 떡밥도 상당하다. 그러니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이 치열하게 싸우던 UFC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하게 보였던 것이다. 일본식 포장술에 팬들도, 전문가도 모두 홀렸던 것이다. 더구나 UFC는 최근 상승세가 더욱 두드려져서 마땅히 제공할 떡밥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실은 곤자가도 타이틀전을 위한 명분쌓기용 떡밥으로 제공된 선수였는데, 과대평가받던 크로캅을 무참히 격침시키고 졸지에 헤비급 요주의 인물이 되어 버렸다. 결국 노장 커투어를 만나 거품은 허무하게 꺼져버렸지만... 이후 칙콩고 선수도 UFC 입장에선 크로캅을 위해 마련한 대진이었는데 또다시 패했고, 크로캅은 일본으로 도망쳤다가 UFC로 돌아와 정말 UFC에선 찾기 힘든 저레벨의 무스타파를 상대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이다 눈을 찔러 승리판정을 얻어내기에 이르고 이후 또다시 일본으로 도망하려다 마찰을 빚는 등 UFC측으로서는 손,발 다 들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크로캅은 전혀 몰락한게 아니다. 그냥 자기 실력이 거기까지였을 뿐이다. 노게이라도 마찬가지고, 실바나 쇼군도 마찬가지다. 실바도 UFC오기 직전까지는 프라이드에서 여느때와 다를바 없었고, 노게이라도 그렇다. 노게이라 눈이 안보인다는 둥 별 해괴한 소리가 국내 프라이드 팬들 사이에선 나돌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렇게 눈 상태가 좋지 않으면 경기 허가가 안나온다. 최홍만 선수 옛날부터 있던 종양때문에 경기 허가 끝내 나지 않은것을 잘 알지 않는가.
오히려 크로캅의 경기 중에서 이번 산토스 전을 크로캅 최고의 경기 중 하나로 꼽고 싶다. 크로캅은 경기 안풀린다 싶으면 아주 쉽게 경기를 포기한다. 게다가 그놈의 체력도 워낙 유명하고. 그러나 이번엔 그토록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해보려고 했다. 크로캅으로서는 이런 경기 정말 찾기 어렵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2라운드 초중반에 이미 체력은 체력대로 소진되었지만 그래도 계속 뭐라도 해보려고 했다. 3라운드에서야 정말 엄청나게 맞고 기권하긴 했지만 크로캅으로서는 이만큼의 근성을 보인 경기가 현재로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선수로서는 3라운드에서 그런방식으로 기권한게 좀 그렇다고 하겠지만 크로캅의 그간 경기를 감안하면 본인도 절치부심하고 벼랑끝에 선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근성은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드물다.
프라이드 출신 중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는 쇼군을 꼽고 싶다. 쇼군이 UFC 진출 이후 그나마 경기력이 좋았고, 또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어서 강한선수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다. 다만 료토와의 경기는 너무 이르다는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료토는 현재 한창 물이오른 상태고, 체격조건도 좋고 뚜렷한 약점이 없는 파이터다. 본래 약점이 분명한데다 기량저하도 겹쳐 은퇴를 종용받는 척리델과는 전혀 얘기가 다르다.
실바나 노게이라는 본인의 한계로 보여진다. 최근에 UFC 계약 떡밥으로 설레게 했던 효도르는 개인적으로 UFC에서 탑클래스로 뛸 선수는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효도르가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했을때 아마도 효도르 본인도 잘 알기에 UFC를 그토록 기피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효도르의 경우, 국내 프라이드 팬들의 최후의 보루인데.. 내가 보기엔 오히려 효도르 팬들도 효도르가 UFC에서 연승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효도르가 그토록 무적이라고 믿는다면 당연히 UFC에 가서 평정해주길 바랄것인데, 오히려 UFC행을 누구보다 막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 과정에서 UFC에 대한 무수한 악성루머가 양산되었다.
현재 셔독 랭킹등이 효도르 최강론의 유일한 버팀목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웹진 랭킹 등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 크로캅한테도 세번이나 패하고, 별 한것도 없이 약물이나 적발당하는 바넷 같은 선수가 2위에 랭크되는 것도 그렇고 단체간 수준차이도 고려되지 않았다. 현재 MMA에서 UFC가 독보적인 탑클래스 단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부분이다. 단 시스템 상으로는 메이져와 마이너가 나뉘어 있지 않을 뿐이다. 야구를 예를 들면, 미국의 메이져리그와 마이너리그는 시스템화 되어 있다. 마이너리그 챔피언 팀이라고 메이져 팀과 맞먹을 수는 없다. 염연히 메이져 팀 "산하의" 마이너리그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져리그와 일본야구를 비교해본다면 명목적인 시스템상으로는 양자가 독립적인 동등한 리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동일수준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일본야구에서 최고의 선수들 일부가 겨우 메이져에 도전하고 그 중에서도 대부분이 한계에 부딪쳐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명목상으론 동등한 리그이나 현실은 엄연히 마이너리그다. 현재 격투기는 엄연히 UFC가 메이져로 발돋움했고, 나머지는 UFC와 분명히 구별될 만큼 수준차를 보이고 있다. 아니, UFC와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던, 혹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던 프라이드의 최고선수들조차 UFC에서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분명한 사실 아닐까. 또한 기량저하로 UFC에서 퇴출당한 선수가 다른 단체들의 빅카드가 되고, 밀려난 선수들은 UFC에 재진입 하기 위해서 절치부심하는 현실이 엄연한데 말이다.
단체간 수준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단지 경기결과에 따라 기계적으로 조절하다 보니 과대평가되었던 프라이드 선수들이 UFC에서 경기를 가질때마다 순위가 춤을 췄다. 앞서 예를 든 곤자가를 포함해, 쇼군을 데뷔전에서 침몰시킨 그리핀의 주가 급상승 등 오히려 또 다른 거품을 키웠다. 오직 효도르와 바넷이 마이너 단체를 전전하는 덕에 거품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프라이드 출신 선수들의 무적 이미지에서 헤어난 팬들도 꽤 눈에 띈다. 물론 국내에서 아직은 프라이드 출신과 맞붙은 선수는 일단 악역 낙점이고, UFC는 악마의 단체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붕괴되는 조짐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프라이드에 미련이 없는 나같은 팬이라면, 가능한 최고의 카드를 아끼지 않는 UFC가 그리 밉지만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