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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30 04:45 세상사는 이야기/스포츠 이야기
"비운의 유도선수"
그것은 윤동식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수식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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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스포츠에서 올림픽은 대중적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이다. "전기영" 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선수였으나, "윤동식"하면 모두들 머리를 긁적이기 마련이었다. 윤동식은 최고의 실력을 보유한 유도선수이면서도 한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잘 모르는 사람이야 "에이, 그래도 어쨌든 실력이 부족하니까 못나간거 아니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도선수 시절, 국제대회 47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긴 선수가 실력에 부족함이 있었을까? 유도스타 전기영 선수가 그와 같은 체급인 78kg 급에서 뛰다가 86kg 급으로 체급을 옮겼을 때, 유도인들 사이에선 윤동식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소리도 많았다고 할 만큼 실력만큼은 최고로 인정받던 선수였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유도선수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선수들과 같은 시대에 라이벌로 겨루어야 했고, 스포츠계에 만연한 파벌싸움의 희생자이기도 했으며,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불운이 따르는 선수라고도 일컬어졌던 윤동식.
세계적인 선수이면서 동시에 대중에게는 무명의 선수였던 그는 2005년 격투기 무대 진출을 선언하면서, 격투기 붐을 타고 늘어난 격투팬들을 중심으로 그 존재가 대중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시다 히데히코"
일본의 유도 영웅으로, 역시 격투기 무대에 진출해 상당히 선전을 펼친 선수이다. 종합 격투 초보로서, 당시 프라이드 미들급에서 무적의 "도끼 살인마" 로 악명을 떨치던 '반더레이 실바'와의 대전에서 그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었다. 그런 요시다를 능가했던 선수가 바로 한국의 '전기영' 선수였고, 그런 전기영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라는 소식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 알려졌다. 소위 "짱깨식 계산법"이긴 하더라도, 어쨌든 유도선수로서의 기량은 요시다보다 높게 평가하는것에는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었고, 요시다 선수가 격투기 무대에서 상당한 활약을 했기에 윤동식 선수에게도 자연스럽게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종합격투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윤동식의 데뷔전 상대는 자타공인 일본 격투계 최고의 영웅 "사쿠라바 카즈시" 였다. 전설적인 "그레이시 가문"의 파이터들을 차례로 꺾으며 세계적인 격투가로 발돋움한 베테랑이었다. 데뷔전, 그것도 격투기 초보자의 상대로는 가혹한 상대였으나, "사쿠라바 카즈시"의 전성기를 무참히 끝내버린 "반더레이 실바"와의 승부에서도 일본의 유도가 출신 요시다 선수가 상당한 선전을 했던 것을 감안해, 그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이라는 윤동식에 거는 기대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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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의 무기력한 모습

결과는 참혹했다.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패배하는, 소위 "초살"을 당한 것이다. 그 내용은 더 참담했다. 그는 매트위에 웅크리고 엎드려, 상대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매질을 당하다가 주심의 경기 중단으로 패배한 것이다. 패배도 패배지만, 사람들은 그 근성없고 나약한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을까? 서서히 얻게 된 유명세는 이내 칼이 되어 돌아왔다. 온갖 비난과 조롱이 그에게 쏟아졌다. 일본의 격투기 무대에서 나라망신 톡톡히 시킨 매국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유도선수 시절 그랬던 것처럼, 격투기 선수로서도 굵직한 "거물" 들을 연달아 만나면서 패배를 거듭했다. 다른 점이라면 유도선수 시절에는 그도 누구 못지않은 "거물" 이었지만, 이젠 초보자로서 그 바닥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했던 것이다. 그가 패배할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비난과 조롱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그러한 냉혹한 평가가 서서히 바뀌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이라는게 대중에게 한 번 찍히면 그것에서 헤어나기란 너무나 힘든 법이다. 그의 경기를 보면서 "어? 꽤 괜찮은데?"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퀸튼 잭슨"을 상대로한 경기 이후에는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퀸튼 잭슨"은 격투기의 메이져리그 "UFC"의 최고 스타 "척 리델" 을 꺾고, 현재까지 맹활약하고 있는 엄청난 괴력과 기술을 겸비한 격투가로서 발전하는 윤동식을 인정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매우 비관적인 경기전망을 내놓던 차였다. 비록 패했지만 그 경기에서 어지간한 유명 격투가보다도 선전했고 마침내 사람들은 그런 발전을 이루어낸 노력과 근성에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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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리를 거둔 윤동식

그러나 강자와의 대진은 계속 되었다. 그에게 데뷔전 패배를 안겨준 사쿠라바의 타격은 애교로 보일 만큼 강력한 파이터 "멜빈 맨호프"와의 경기. 그 경기에서 그는 야수의 타격을 견뎌내며 감격의 첫승을 기록한다. 보기에도 딱한 몰골로 일궈낸 첫 승리는 흡사 영화 "록키"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를 비난하거나 조롱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첫 승리 이후 윤동식은 마치 패배를 잊은 듯 연승을 일궈내고 있고, 이제 사람들은 그가 지는것을 상상하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그간 타격을 전문으로 하는 스트라이커를 상대로, 그리고 그래플링을 전문으로 하는 오야마 순고 선수를 상대로도 오늘 완승을 거둠으로서 그의 격투가로서의 기량이 수준급에 도달했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되었다.

윤동식 외에도, 유도선수 출신의 김민수, 씨름선수 출신의 최홍만, 태권도선수 출신의 박용수, 복싱 챔피언 출신의 최용수, 지인진 등 많은 타 종목 출신의 선수들이 격투계에 뛰어들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하거나, 성실히 훈련해서 기량을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복싱 세계챔프 출신의 지인진, 최용수 선수는 입식격투에 뛰어들었지만, 훈련방법에 문제가 있는 듯 보이며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민수, 최홍만, 박용수 선수 등은 본래의 종목에서 활약하던 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평가와 함께 대중의 냉정한 평가에 직면해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이런 평가의 기준은 윤동식이 되어 있다. 그는 미디어에 모습을 비추는 일도 거의 없고, 많은 나이에도 군살 없이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지칠줄 모르는 체력은 그의 노력을 짐작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못했다. 몇몇 선수는 몸에 상당한 군살을 달고 링에 올랐고, 운동선수보다는 연예인처럼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무슨 훈련을 하는지 전혀 격투기 선수 답지 않은 적응되지 않은 기술들을 세월이 흘러도 계속 반복했다.

윤동식은 격투 천재일까?
그건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 그의 성공가도는 재능만으로 얻은 것은 아니다. 사쿠라바에게 비참하게 폭행당하던 윤동식을 보지 않았던가. 그의 재능이 늘어났을리는 만무하다. 앞서 말했듯, 그의 몸이, 그의 체력이, 그의 발전하는 기량이 그의 노력을 말해준다.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불운은 그의 노력에 손들고 떠나버린 것 같다. 이제 그는 한국 격투기의 에이스이자, 격투기에 뛰어드는 선수들의 교과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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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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